작성일: 2021.07.18
초코와 쿠키는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유기묘가 낳은 네 마리 아기 고양이가 뿔뿔이 흩어져 임시 보호처에 맡겨지는 와중에도 그중 두 마리, 초코와 쿠키는 운이 좋게 같이 지낼 수 있었다. 임시 보호가 6개월쯤 지났을 때 고양이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한 마리만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너무 닮은 쌍둥이 고양이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날 때부터 같이 있었는데 한 마리만 떨어지면 아플 수도 있어요’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졌다. 그렇게 한 마리만 고르지 못해 두 마리 다 입양하고 말았다. 그 사람이 나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게 처음이라 안절부절 망설여 놓고는, 순간 약해진 마음 탓에 덜컥 두 마리나 데려왔다. 세상 빛을 본 지 육 개월 된 쌍둥이 고양이 형제가 우리 집에 오게 된 사연이다
언뜻 보면 초코와 쿠키는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회색 털과 큰 귀, 노란 눈동자, 한쪽 발을 접고 앉는 모습, 심지어 몸무게까지 비슷하다. 둘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발바닥을 봐야 한다. 초코는 발바닥이 검고, 쿠키는 분홍빛 발바닥에 검은색이 콕콕 찍혀 있다(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다. 사람들이 “왜 회색 고양이가 초코야?”라고 자꾸 물어서 좀 귀찮긴 하지만). 오래 보고 눈에 익으면 초코의 털이 더 짙고 얼굴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는 걸 알고 초코쿠키를 한 번에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가끔 자다 깨거나 어두울 때 다가오면 “너는 초코니, 쿠키니” 물어보며 발바닥을 뒤집어 보곤 한다.
똑같이 생긴 형제지만 같이 지내 보니 둘의 성격은 정반대였다. 집에 손님이 오면 초코는 누가 왔는지 검사라도 하려는 양 달려 나와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빙빙 돌면서 냄새를 맡다가 발가락을 깨물며 장난을 치고 애교를 부린다. 전등을 고치러 온 수리기사님에게는 사다리 밑에서 발을 툭툭 치며 장난을 치고,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친구에게는 발목을 툭 치고 발라당을 보여줘서 금방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집에 돌아갈 때면 물어보곤 한다. “고양이 한 마리 더 있다고 하지 않았어?” 초코가 특유의 친화력으로 처음 본 손님들과 어울려 놀 동안 쿠키는 침대 뒤에 꼭꼭 숨어있어 만날 수 없다. 쿠키는 초인종 소리만 울리면 몸을 낮추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빠르게 침대 뒤로 숨는다. 손님이 가도 몇 분이 지나서야 겨우 고개를 내밀 정도로 겁쟁이다. 가끔 내가 긴 시간 외출했다 돌아온 날에는 쓰다듬어 주려고 손을 대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 몸을 낮추고 도망간다. 초코는 무서워하는 게 없고 쿠키는 모든 게 겁이 난다.
쥐 모형이 달린 낚싯대를 흔들어서 사냥 놀이를 할 때도 둘은 다르다. 초코는 빠르게 달리는 걸 좋아한다. 쥐 장난감을 바닥에 끌면서 돌아다니면 흡사 한 마리의 치타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가끔은 층간 소음이 걱정될 정도다. 초코가 이렇게 헥헥대며 달릴 때 쿠키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쿠키를 놀아주기 위해서는 쥐 장난감을 높은 곳에 올려 놓아야 한다. 쿠키는 수직으로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우리 집에 와서 적응이 좀 됐을 무렵 1.5m 높이의 방묘문에 훌쩍 올라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방묘문은 고양이가 갑자기 현관 밖으로 튀어나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데, 쿠키가 방묘문을 뛰어 넘는 날 그 기능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안전을 포기할 수 없어 방묘문의 높이를 높일 수 있는 확장 패널을 주문 했다. 그리고 낑낑 대면서 확장 패널을 설치하고 돌아서자마자 쿠키는 땅을 몇 번 구르더니 1.8m가 된 방묘문 위에 올라섰다. 확장 패널 값 10만 원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초코는 쿠키를 쫒아 오르려하다 못 올라가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바닥에서 달리던 쿠키는 이내 따라잡혀 초코한테 물리고 낑낑대다가 높은 책꽂이 위로 도망가버린다. 그러면 쿠키 쫓던 초코는 그저 멍하니 책장 위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초코와 쿠키의 성격이 반대라고 했지만, 가장 반대편에 있는 건 나 같기도 하다. 처음 검진을 할 때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6개월치고는 너무 살찐 것 아닐까요?”
“이 녀석들 발을 보세요. 이건 살찐 게 아니라 골격이 튼튼한 거예요.”
고양이가 얼마나 클지는 두툼한 발을 보고 알 수 있다고 한다. 초코쿠키의 발은 개월 수에 비해 참 두툼했다. 녀석들은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털을 펄펄 날리며 레슬링을 하고 창문에 매달려 있곤 한다. 태어날 때부터 뼈가 약해 골골대고 잔병치레를 많이 하던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며 그저 힘없이 침대에 누워있을 뿐이다. 어떤 사료를 잘 먹나 테스트를 하려고 사료 두 종류를 놓아두면 초코쿠키는 기호따윈 알바 아니라는 듯 두 종류의 사료를 몽땅 먹어 치운다. 가리는 음식도 많고 알레르기도 많은 나는 두 녀석이 그저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게 신기하기도 하다.
고양이를 기르기 전, 꼬박 삼 년 정도를 고민했다. 늘 고민이 많고 사소한 것까지 미리 걱정하는 나는 한 생명을 오롯이 책임질 수 있을지, 갑자기 외국에 가서 살고 싶거나 길게 출장을 가게 되면 어떻게 할지 생각이 많았다.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자 나는 더 먼 훗날의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이 고양이들이 내 옆에 없는 순간을 걱정한다. 고양이는 운이 좋아야 이십 년 정도 산다. 언젠가 이별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진다. 내가 이런 복잡한 생각에 빠져 힘없이 누워 있으면 초코는 내 발밑에, 쿠키는 내 머리맡에 다가와 자리를 잡고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얼굴로 뒹굴기 시작한다. 가만히 누워 두 녀석의 골골송을 듣고 있으면 고민의 크기는 점점 작아진다.
두 살인 고양이를 앞에 두고 이십 년 후도 미리 걱정하는 집사 앞에서 초코쿠키는 갑자기 나타난 날파리와 한바탕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지금 이십 년 후가 문제가 아니라 내 눈앞의 날파리를 잡는 게 가장 크고 진지한 문제라는 양 으르렁대는 녀석들 때문에 몸을 일으켜 날파리를 잡아 보여주고 버리며 고민을 접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초코쿠키는 내가 생각에 빠질 시간이 없게 두유를 물어뜯어 구멍을 내고, 가습기의 물을 쏟고, 화분의 돌을 빼서 축구를 한다. 미래의 걱정을 미리 할 겨를 없이 움직이게 한다. 바쁘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우리가 이별할 이십 년 후를 걱정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나와 반대인 내 가족들 덕분에 미래를 걱정하며 누워있기보다는 일단 움직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