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석: 검정치마 – diamond

작성일: 2018.09.06
오래된 글이지만 지금도 이 마음은 여전해서 올리는 글 

(음악을 틀고 읽어주세요.)
하나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파고드는 습관이 있다. 서브웨이 에그마요에 꽂혔을 때는 18일 연속 서브웨이만 먹었고, 치킨에 꽂혔을 때는 10일 연속 먹기도 했다. 네일아트에 꽂히면 바로 클래스를 등록하고 파츠까지 한 보따리 구매해서 질릴 때까지 아트를 바꾸기도 하고, 케이크 수업을 듣고서 석 달동안 매 주 케이크를 만들다가 한동안 케이크는 보기도 싫은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뭐든 꽂히면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질릴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게 내 특징인 것 같다.

음악을 듣는 패턴도 그렇다. 한 곡에 꽂히면 그 음악만 한 곡 반복으로 질릴 때까지 듣는다. 꽂히는데에는 패턴이 없어서  멜로망스의 ‘you’를 스피커로 하루 종일 틀어서 100번 정도 듣다가 옆집에 미안해서 끄기도 했고, 그 다음엔 모브닝의 ‘그날의 우리는 오늘과 같을 수 있을까’였고 그 뒤에는 소녀시대의 ‘express999’였다가 박원의 ‘노력’이었다. 그러다가 요즘에 꽂힌 곡은 검정치마의 ‘diamond’다. 이별노래를 주구장창 듣다가 갑자기 사랑노래, 그것도 나온지 한참된 검정치마 앨범의 타이틀도 아닌 수록곡에 꽂히다니 딥러닝을 돌려도 이해하지 못할 패턴이다.

검정치마의 diamond는 사랑을 대하는 태도의 정석을 보여주는 곡이다. 사랑이 필요할 때는 말이 앞서기 전에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의심될 때면 그 사람을 무성영화로 보라는 말을 듣고 깊이 공감한 적이 있다. 말은 누구나 번지르르 하게 할 수 있지만 말을 제거하고 무성영화로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 필요하고 말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게, 어쩔 수 없이 각각의 자아로 존재하는 인간의 한계다. 행동으로만 보여주고 말하지 않으면서 그저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을 바란다면 상대방에게 내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diamond 노래 가사에서는 변하지 않는 건 다이아몬드하고 널 향한 내 마음밖에 없다고 말을 써서 고백한다.

행동으로 보여줄게라고 하고, 달콤한 사랑고백도 잊지 않는 자세란! 수학에 수학의 정석이 있다면, 사랑을 대하는 태도의 정석은 diamond 노래 가사다.

“사랑이 식은 것 같으면 말해줘, 행동으로 보여줄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다이아몬드와 널 향한 마음밖에 없어.”

우리가 권태기는 아닐까, 사랑이 식은 건 아닐까 의심될 때 이보다 더 로맨틱하면서 안심되는 말이 있을까.

박원의 노력에서는 ‘사랑을 노력한다는게 말이되니’라고 했지만 사랑도 관계의 형태이기 때문에 사랑을 지속하는데에는 사랑을 지켜가려는 의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 중 한 명이 그 의지를 잃었을 때 사랑은 끝이 나니까 행동도 말도 잘하겠다는 의지와 그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단 사랑이 아니더라도 관계의 파국은 행동 없는 번지르르한 말, 아무 표현도 없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원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사랑의 정석(관계의 정석)을 담은 이 노래를 오늘도 50번쯤 들었다.

다음 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랑을 지키려는 의지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로맨틱한 다짐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