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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정주영과 김우중이 말하는 중꺾마?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 정주영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작성일: 2023.10.07
어렴풋이 알고 있던 두 기업인의 자서전을 읽었다. 우리나라 경제사에 크게 한 획을 그은 두 사람인 만큼 읽는 내내 감탄한 부분이 많았다. 구성이나 톤은 다르지만 삶의 자세나 도전정신에 있어서 두 기업인이 강조하는 점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두 책을 읽으며 느낀 공통점과 차이점, 짧은 단상들에 대해 정리해 본다.
공통점1: 한계 짓지 않는다.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고, 집요하고 대담하게 또 도전한다.
정주영이 고향에서 도망치고 잡혀 왔는데 또 도망가고, 잡혀 오고 또 도망가고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서울에 정착하는 것처럼 누군가 본을 보여준 사람도 없는데 서울로 향하고, 해외로 눈을 돌린 것도 계속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끝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그럴듯한 롤모델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속 시도하게 되었는지, 그저 그 사람의 기질이었는지 궁금했다.
공통점2: 비관론보다는 낙관론
정주영과 김우중 모두 다른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할 때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그리고 창의적으로 되는 방법을 찾아낸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면 조금 흔들릴 법도 한데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두 책 모두 성공담 위주로 쓰여서 더 낙관론에 방점이 찍히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실패담을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실패에서 배운 것들을 물어보고 싶다. 실패했는데도 낙관적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더 궁금하다.
공통점3: 기술에 대한 집요함
두 기업인 모두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전문지식을 쌓아가면서 도전한다. 선행동 후습득을 반복하며 스케일을 키워 나간다. IT업종에서만 일해봤기에 제조업의 스케일은 정말 다르다고 생각 하는데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면서 기반 구축까지 동시에 이뤄낸 집요함이 있었기에 두 명 모두 세상이 흔들리는 시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공통점4: 행복의 정의를 돈에 두지 않는다.
돈보다는 성취에 가치를 두었다. 나중에는 자신의 재산이 얼마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성취가 없으면 그 돈들도 의미가 없다는 논조도 비슷했다.
공통점5: 행복의 정의를 돈에 두지 않는다.
여담이긴 하지만 두 권의 책 모두 홍보 목적으로 쓰였다고 한다. 정주영의 책은 대권 출마, 김우중도 자신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언론 플레이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책은 셀프 브랜딩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차이점
두 기업인의 차이는 성과를 끝까지 유지했는지 여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주영은 끝까지 현대그룹의 성과를 유지했지만 김우중은 그렇지 못했다. 엄청난 규모의 분식회계로 대우는 도산했고, 김우중은 해외로 도주하고 인터폴의 수배 압박을 받다가 귀국했다. 그리고 17조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당연히 다 갚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나는 인천 출신이라 초등학교 때 그 여파를 생생하게 겪었다. 대우가 파산하고 수학여행은 취소되었고, 대우에 다니는 부모님이 있는 친구들을 위해 쌀을 모았던 생각이 난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크게 도전하라는 김우중의 말이 조금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크게 도전하는 것은 물론 훌륭하지만, 그 성과를 꾸준히 유지하기는 더더더 매우 어렵다. 언제나 가장 어려운 건 꾸준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다면 잘했던 것의 평가도 깎일 수 있다. 인생은 길고, 기업은 더 길게 봐야 하기에. 이렇게 자신만의 철학을 책으로 풀어내고 그 철학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인이 얼마나 될까.
단상
두 책을 읽으며 두 기업인 모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시대를 살아낸 세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살아가는 게 업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디디고 선 모든 것. 건물, 다리, 도로 등의 제반 시설을 건설하며 땀을 흘리고,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업보가 0이 아닌 마이너스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해외로 나가서 건설을 하고, 기술을 배워오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히어로물을 보다보면 히어로가 쾅 내리친 건물에서 찰나에 스쳐 지나가며 우수수 떨어지는 사람들을 본 기분이었다. 히어로도 있지만 함께 성과를 일궈낸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자.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