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오늘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첫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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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제프 베조스: 오늘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첫날입니다.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 제프 베조스
작성일: 2023.09.16

책을 읽는 내내 약간 숨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매년 아마존의 성장치가 놀라워서 조금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매년 늘어나는 숫자, 시스템의 성장, 직원의 숫자까지 경이롭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오늘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첫날입니다.’ 이다. 20년을 한결같이 첫날처럼 도전하고 고객 만족에 집요하게 집착하는게 가능할까? 아마존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제프베조스가 회사의 중심 DNA를 ‘발명’과 ‘방황’으로 정의해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그저 커머스 회사의 대표로 정의하지 않고, 직원들을 단순한 회사원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발명가로 정의하고 탐구해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냥 회사원1일 때는 방황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를 발명가로 정의하면 방황이 허용된다. 그러면 몇 번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압도하는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회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정의한다. 

아마존은 발명가라는 DNA 정의 외에 회사의 ‘업’을 정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서 커머스가 된 것도 흥미로운데, 커머스 사업을 풀어나가는 방법도 사업을 확장하는 분야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의 커머스는 ’10원 경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가격경쟁에 중점을 둔다. 아마존도 최저가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기는 하지만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어 낸다. 물류와 유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거나, 매출을 낼 수 있는  광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특정 시점에만 많이 사용하게 되는 서버를 활용하는 법을 고민하다가 AWS를 만드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을 하던 시절에도 아마존을 통해 누구나 출판할 수 있는 Kindle direct publishing이라는 시장을 만들어낸 것도 창조적 해법 중 하나다. 이런 창조적 해법은 기업의 중심 DNA를 ‘발명가’로 정의하는 것과 연결된다. 발명가들은 근원적인 도구, 원천기술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원천기술을 발명해내다보니 AWS도 만들고, 알렉사도, 에코도, (비록 실패했지만) 아마존고도 만들게 되며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한국 기업들은 항상 원천기술이나 코어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에 뒤처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한국에서도 아마존처럼 원천기술을 구축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어 내는 회사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생각하다보니 우리나라 온라인 서점이 한약 배송 시스템을 이용해서 당일 배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데,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왜 출판 유통 그 이상을 시도하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이 책이 주주서한을 실은 책인만큼, 아마존의 실패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고 있다. 단지 실패를 대하는 자세만을 언급한다. 아마존이 어떤 실패를 했고, 그 실패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는지,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디깅해본다면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족을 달자면, 파워포인트와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는 것을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기 쉬운데, 대체안이 여섯 페이지의 글을 작성한다는 점에서 효율 추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으로 만들면 논리가 없어도 언변으로 무마하기 쉽다. 그리고 그걸 듣는 시점에는 논리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섯 페이지의 글은 작성하는 내내 논리를 점검하게 되고, 읽는 사람도 조용히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때문에 내용을 파악하기도, 논리의 허점을 파악하기도 쉽다. 또한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문서를 읽으며 회의 내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화려한 화술보다는 논리가 있는 글을 문화로 정착시킨 부분에서도 발명가적 면모가 보였고, 아마존 직원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가 한 그룹의 리더가 된다면 가장 적용해 보고 싶은 문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