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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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스포주의)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성일: 2023.01.11

사실 일부러 스포라고 썼다. 노인과 바다의 스토리는 많이 알려져 있거니와 스포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다. ‘어떤 노인이 큰 고기를 사투끝에 잡았지만 귀항하는 길에 상어떼한테 다 뜯기고 말았다’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태어나서 나름의 사투를 벌이며 살다가 죽음을 맞는다.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이러한 인생의 여정을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노인의 태도를 보며 몇 가지를 배웠다.

첫번째로, 상투적이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84일간 고기를 못잡아도 노인은 계속 바다로 나간다. 결과가 안좋더라도 계속 시도하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연패를 하고 있어도 경기에 나가 승리를 위해 뛰는 스포츠 선수처럼, 결과라는 한 지점을 바라보기보다는 매일 바다에 나가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두번째로, 인생은 필연적으로 사투의 연속이다.

상어의 습격은 한 번만 있지 않았다. 사실 청새치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할아버지가 너무 안쓰러워서 상어 좀 그만 오고 아주 작은 살코기라도 남겨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바다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마지막 상어떼가 나타나 청새치는 결국 뼈만 남고 만다. 너무나 혹독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사투는 계속 된다. 할아버지는 외로움도 견디고, 어렵게 밥을 챙겨먹으며 자기 앞가림을 하고, 할 수 있다고 자기암시도 하고, 취미이자 롤모델인 야구선수를 떠오르기도 한다. 인생은 그렇게 계속된다.

세번째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청새치의 뼈만 남겨온 노인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까? 아니다. 노인은 쉽게 청새치를 풀어주지 않고 뼈라도 남겨서 돌아옴으로서 마을에 화제가 된다. 그 뼈는 소년이 다시 할아버지의 배를 탈 수 있게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도와줄 수도 있다. 할아버지가 청새치를 빠르게 포기하고 돌아왔다면 할아버지의 고생은 혼자만 알게 되었겠지만, 뼈를 싣고 어렵게 귀환하여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겼다. 자신이 생각한 업을 포기하지 않고, 뼈라도 남긴 삶은 조금 숭고해보이기도 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어떤 어부는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네번째로,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고독하고, 힘든 순간순간 노인은 소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떠올린다. 비록 소년은 곁에 없었지만 할아버지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던 이유중에 하나는 소년이지 않을까. 힘든 순간에 떠올릴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좀 더 강해지고 위로 받을 수 있다. 인생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다시금 되새긴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소년이 할아버지를 잘 따르고 챙기는 이유는 할아버지가 소년에게 그럴 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언제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파도 속에서도 생각나는 누군가로 인해 사투를 이겨낼 수도 있지 않을까.

늦은 밤에 2023년의 첫 책으로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책을 읽고 나니 얼른 자고 일어나서 하루를 잘 살아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