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컨택트를 읽고 쓰는 코로나 단상
언컨택트 – 김용섭
작성일: 2020.06.15
이 책은 언컨택트 사례를 성실하게 모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코로나19를 겪으며 머릿속에 떠다니던 생각에 대해 정리해볼 수 있었다. 그 짧은 생각들을 풀어본다.
1.
위기의 상황이 되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어두운 부분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신천지가,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던 쿠팡의 물류센터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신천지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말하던 평론가 신형철의 칼럼이 기억에 남았다.
문화인류학자 백영경의 강연에서 나는 사회적 위기의 효과 중 하나는 그 위기를 통해 ‘언제나 이미’ 위기 중에 있던 사람들의 존재가 비로소 드러난다는 데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공동체의 어떤 이들은 이미 ‘미래 없음’이라는 재난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중의 일부는 신천지를 찾아 떠나버렸다.) 현재의 재난은 그 재난 속의 재난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재난을 극복한 뒤에 할 일은 계속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오랫동안 진행중이었던, 우리의 미래에 관한 재난을. – 신형철 칼럼, 신천지로 떠난 청년들 (링크)
쿠팡발 집단 감염 사태를 보며 일용직으로 사는 사람들이 더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VIP들은 철저한 방역 속에서 쇼핑을 즐긴다는 사례를 보며 씁쓸해졌다. 재난 상황을 겪으며 우리는 우리가 외면하며 피하고 있던 숨겨진 그늘을 마주 보게 되었다.
2.
코로나19를 겪으며 기본기와 실행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기업들의 사례도 기본기와 실행력 측면에서 보자면 이렇게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1) 기존에 언컨택트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었고 실행해나가고 있던 기업
2) 언컨택트에 대한 대응을 빠르게 실행에 옮긴 기업
3) 언컨택트를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본기는 없어서 우왕좌왕하며 나아가고 있는 기업
4) 언컨택트 대응해 봐야겠는데 생각만 하며 성공사례를 분석해서 적용하려고 하다가 뒤처지고 있는 기업
5) 언젠가 다시 컨택트의 시대로 돌아올 거라 관망하는 기업
1)에 가까운 기업일수록 위기상황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이 책도 발빠르게 언컨택트 사례를 모아 출판했고 시류를 타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트렌드에 잘 편승한 책이긴 하지만 저자가 이렇게 빨리 책을 펴낼 수 있었던 데에는 그동안 트렌드를 분석해오던 경험이 쌓여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3.
개인적으로 코로나19는 나를 되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일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주일이면 끝날 거라 생각한 재택근무가 4개월 차를 맞이했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감정의 높낮이를 오롯이 느끼게 되었다. 평소에는 회사에 출근해서 동료들과 바쁘게 일하다 보면 사라질 감정도 혼자서 마주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들을 지나 감정에 초연해지기까지 나를 돌아보고 또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일에 대한 생각도 비슷했다. 기대하며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기도 했고, 생각도 하지 않던 일을 시작하게 되기도 하고, 평소에는 쉽게 진행하던 일들이 좀 더 시간이 걸리는 일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정말 일을 잘하고 있는가?’,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며 타인의 인정보다는 나 자신의 인정과 만족, 일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일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게는 멈춘 김에 땅을 단단히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4.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단절’이 아닌 ‘연결’에 대해 말한다. 언컨택트 사회는 컨택트 사회가 가진 대면 연결에서의 제약이나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것이지 단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침 회사 대표님 메일에서 비슷한 문구를 발견했다.
“여러분의 2020년이, 우리 회사의 2020년이,
코로나 때문에 만들어진 변화에 따라갔던 한 해가 아니라,
어떤 변화를 생각하고, 추진하고, 실현시켰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의 마지막처럼, 대표님의 메일처럼 코로나19라는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컨트롤하며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