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보헤미안인 줄 알았던 친구의 원칙 이야기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이본 쉬나드
작성일: 2020.08.17
어디선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즐겨야해’, ‘서퍼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엎드려 기다리는 일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변화무쌍한 파도가 칠 때 떠밀려가기 보다는 그 흐름에 맞게 서핑을 즐기는 게 요즘 시대의 맞는 처세법이라는 말을 귀담아들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다. ‘환경 운동을 하면서 변화에 맞게 회사를 키워가는 자유로운영혼의 즐거움과 역경을 그린 성공기’ 정도를 떠올렸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내용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오히려 점점 더진지하게 자신들의 철학과 원칙을 펼쳐나가는 내용이라 몇 번이나 목차를 뒤적였다.
파타고니아는 자유로운 영혼에서 출발했지만, 강박적으로 환경 운동을 펼쳐나가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도 그들이 생각하는 환경 철학에 맞추어 기업을 이끌기 위한 엄격한 원칙들이다. 읽다 보면급진적인 환경 운동가들이 환경 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철학은 확고하고, 그 확고한 철학의 근거도 탄탄하여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떻게 보면 파타고니아가 제조업 중심의 회사라서 더 자신들의 철학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지금껏 물성의 제품이 없는 업종의 회사만 다녀서 그런지 손에 잡히는 제품을 만들어가는 회사가 가질 수 있는깐깐함이 대단하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플랫폼 회사에서 파타고니아처럼 깐깐한 기준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파타고니아도 관계사들을 선정하면서 이런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게 쉽지만은 않았을거라는 생각에 내 생각이 핑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살아가고 일하는 데 있어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여태껏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살아가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큰 목표는 없어도 나를 책임지는 것에 의의를 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멀리 보았을 때 방향성을 완전히 다르게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타고니아가 쌓아온 원칙들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어 낸 것처럼 말이다.
책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면 파타고니아의 원칙을 세워가는 스토리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웠던 케이스들에 담긴 스토리를 좀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과정보다는 원칙에 포커스 되어 있어서 파타고니아 내부의 생생한 이야기가 좀 더 궁금했다.
ps. 한국에서 파타고니아는 철학보다는 힙한 이미지 때문에 많이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본 쉬나드는 이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할까.
ps2. 2022년 이본 쉬나드는 자신의 지분 전부를 환경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파타고니아에게 환경은 마케팅 수단이 아닌 존재의 목적이다 (참고하면 좋은 기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