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그마: 실패의 역사 – 크래프톤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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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웨이

중꺾그마: 실패의 역사

크래프톤 웨이 – 이기문
작성일: 2024.02.24

이 책은 두 번 읽었는데 두 번 다 독서 모임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읽었고, 두 번 다 처절함을 느끼며 읽었다.

크래프톤 웨이는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라는 게임 회사가 겪은 실패의 기록이다.

크래프톤은 사실 블루홀 스튜디오라는 회사명과 MMORPG의 명가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게임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한을 절대 어기지 않고 3년에 300억을 투자하여 10년 가는 글로벌 MMORPG를 만들겠다는 확신으로 창업한 회사다. 게임업에 조금 발을 담가본 사람은 기한을 지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 것이다. 블루홀 역시 기한 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했고, 4년간 400억을 들이고 나서야 ‘테라’라는 게임이 세상에 나온다.

‘MMORPG 명가’라는 비전을 세우고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가졌던 ‘테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들의 확신은 처참하게 무너진다. 그 사이 시장의 흐름은 PC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가고 만다. ‘MMORPG 명가’라는 비전마저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임 제작의 명가’로 비전을 수정하고 시도한 모바일 게임도 실패하고 또 실패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한 ‘배틀그라운드’가 빵 터진다. 3년 만에 성공을 확신했던 시작에서 10년 후의 일이었다.

이 책은 좀 특이하다. 실패의 과정을 좀 포장해서 보여줄 법도 한데, 메일이나 회의록 기반으로 흠이 될 만한 내용도 많이 공개했다. 의장의 욕설, 회사 내부 갈등, 징계, 희망퇴직, 대기발령 등 다른 회사면 좀 쉬쉬했을 내용을 빼지 않고 공개했다. 그리고 이쯤되면 성공한 이야기가 나오겠지 생각하며 계속 읽어도 성공한 게 안 나온다. 성공한 배틀그라운드 내용은 마지막에 조금 나올 뿐이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 게임은 중박이라도 나면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 지난한 과정이었다.

책을 읽으며 배우 전여빈의 수상소감 중 한 마디가 생각났다. 중꺾그마: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크래프톤이 그런 것 같다.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계속 꺾이고 또 꺾인다. 사재까지 담보로 잡히고 자금을 조달해서 계속 걸어간다. 결국 그 많은 시도 중 하나가 성공했다. 실패했던 10년의 세월이 없었다면 배틀그라운드는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조금 지난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크래프톤에 비하면 나의 실패는 귀여운 정도라 꺾여도 그냥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걸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