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 수잔케인
작성일: 2018.05.17
내향인들에게 자신만의 무기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책
어릴 때 보던 만화영화에서는 정의를 실현하는 괴도로 변신하면서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 만화영화 대사처럼 요즘 사회는 나답게 살기 위해 조용하게 사는 걸 ‘허락’받아야 하는 사회처럼 느껴진다. 주말에 조용히 책을 봤다고 하면 친구 없구나? 하는 말을 듣기도 하고, 친화력이 없고 활동적이지 않은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촌스러운 사람처럼 평가 절하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끈기있고, 복잡한 문제를 집중해서 해결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통찰력 있게 다른 사람들이 걸려드는 덫에 걸리지 않는 밝은 눈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깊이 생각하고,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테레사 수녀나 간디 같은 위인들도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들은 수줍음을 탔지만 조용하고 끈기있게, 정의를 추구했다. 그들의 내향성이 만들어낸 부드럽지만 단호한 힘이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항상 외향적인 사람에게 높은 첫인상 점수를 주고 그 프레임을 계속 유지한다.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었던 나도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시도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전화 한 통을 거는데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나는 이제는 꽤 외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되었다. 망설임 없이 전화도 할 수 있고(컴플레인 전화를 할 수도 있다. 엄청난 발전), 미팅 할 때면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한 두 번 만났던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말을 건넬 수 있으니까.
꽤 오랜 시간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 노력한 결과, 나는 외향적이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럴수록 내가 스트레스받고 소진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향적인 사람처럼 방긋방긋 웃고 리액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은 나다움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진심으로 우러나서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 힘들다는 사실과 굳이 맞지 않는 옷을 입지 않아도 내향적인 나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길게 봤을 때 내가 여러 사람이 말하는데서 나를 드러내기 위해 소리 높여 말하지 않아도, 애써 활발한 척하지 않아도 내 말과 행동에 깊이가 있고 진심이 있다면 내 진가는 언젠가는 알려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상대방이 내 진가를 알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그냥 그 정도인 사람이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깊이 없는 외향성이 처음에는 반짝 빛나지만 빠르게 그 민낯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외향적인 사람은 하지 못하는 것들, 요즘 유독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라던가 그 업무와 안 맞는데 끙끙대고 있는 사람들의 미묘한 변화를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내 깊이가 아직 깊지 못한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혹은 내 진가를 알리는데 너무 오래 시간이 걸리는 것 같을 때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난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내향적이라 내 성과를 드러내지 못할 때는 속상할 때도 종종 있다. 혹은 사회 생활 중의 하나라며 내 성과를 나서서 쇼잉하라는 걸 요구받거나, 열심히 네트워킹 해서 업계에 나를 드러내라는 걸 요구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또다시 사회적 요구에 나를 맞추기 위하여 외향적으로 나를 드러내려고 열심히 시도해본다. 그럴수록 무리하고 경직되고 나답지 않은 나를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오랜 기간의 자책과 스트레스, 자기 전 이불킥만을 가져올 뿐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진가를 알아보는 눈이 있고, 세심하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신경 써줄 수 있다. 내 일을 오랫동안 꾸준히 하고 섬세하게 챙길 수 있다. 달변으로 한순간에 눈에 들 수는 없어도, 촌스러운 한마디를 매일 진심을 담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변수가 생길 때를 대비해 생각하고 안정적으로 일을 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말하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로 행복할 수 있도록 조용하게 사는 걸 허락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