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의 원래 목소리는 뭐였을까? : 내 목소리 내기의 중요성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작성일: 2018.11.23
우리는 오랜 세월 논증 없는 주장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 살았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 크고 힘센 쪽이 이기는 현실에 익숙하다. 권력자들은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말로 합당한 논증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핍박했다. 시민들은 정책의 타당성을 논증하려고 애쓰는 대통령을 ‘말이 많다’고 비난했다. 부모들은 꼬박꼬박 어른한테 말대꾸한다며 논리적인 주장을 펴는 자녀를 혼냈다. 교사와 교수는 질문하는 학생을 귀찮게 여기거나 구박했다. 심지어는 국가정책을 다루는 정당들까지도 사실과 논리와 이성적 추론이 아니라 대중의 감정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논리적인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p.32)
좋은 사람이 되라거나, 어떤 정치적 이념, 어떤 컨셉에 대한 호불호가 진짜 자신의 생각인지 의심될 때가 있다. 나는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업으로 삼고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를 촌스럽다고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쉽게 말하기 힘들고, 모두가 힙한 브랜드라고 하면 별로라고 말하기 힘들다. 전문적으로 반박할 수도 있고, 취향의 문제이기도 한데 말이다.
FILA라는 스포츠 브랜드가 있다. FILA는 내가 어렸을 때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브랜드가 되었다가, 시대의 흐름에 밀려 촌스러운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브랜드를 리뉴얼해 촌스러운 이미지를 벗었다. 그 시간동안 내가 가진 FILA 운동화는 유행타는 운동화였다가, 촌스러운 운동화였다가 다시 예쁜 운동화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지켜보며, 진짜 내 취향을 찾는 것, 진짜 내 목소리는 무엇일까 찾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한다.
트레바리 강원국의 글쓰기 클럽 모임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말은 ‘글을 쓰려면 내가 나로서 개별적으로 존재해야한다.’는 말이었다. 유시민의 글쓰기에서 나온 이야기도, 클럽장이신 강원국 님의 말도 내가 나로 살아가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제시한다. 우리 나라는 특히 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회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휩쓸려서 내 생각을 잃기 쉽고, 획일적으로 살아가기 쉬운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퇴근하고라도 조금씩 글을 쓰는 것, 내 안에 있는 진짜 내 목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진짜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가 생각난다. 앵무새가 살았다. 앵무새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똑같다고 칭찬을 받고 점점 우쭐하게 된다. 그러다 누군가가 묻는다. “앵무새야, 진짜 네 울음소리는 뭐야?” 진짜 내 목소리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글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