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셜리즘 – 그렉 맥커운
작성일: 2018.07.13
이 책을 읽으며, 본질이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월리를 찾아서’ 책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비슷한 월리들 중에서 진짜 월리 1명만을 찾는 것처럼 모든 것이 본질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 중 딱 하나만이 진짜 본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항상 힘에 부쳐하고 고민했던 게 바로 이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하지 못해서였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항상 호기심이 많았고, 그 호기심들을 다 해보고, 그걸 또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늘 넘치는 투두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워라밸이라고 하는데 나는 일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적당하게 하는 것도 뭔가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서 업무, 일과 관련된 스터디에 욕심을 내고, 내 개인적인 삶과 취미생활까지 하나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매일 과부하에 걸려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빡빡한 일상을 살다 보니 어떤 문제가 생기면 쉽게 예민해지고 지쳤다. 에센셜리즘 책을 읽으며 이런 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흔히 ‘중요한 일부터 해라’, ‘본질을 찾아라’라고 말하는 책들은 본질을 찾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에센셜리즘 책은 중요하지 않은 걸 삭제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중요한 걸 모른다기보다는 많은 것들을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건데 그걸 쉽게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다고 해도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려놓는 법을 모르는데, 내려놓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해줘서 진짜 중요한 것만 남길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실천해야 한다는 자기계발서들과는 다르게 8시간 이상 자고 맑은 정신으로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라고 하는 것, 계획을 세울 때 처음 예측한 시간보다 50%의 여유를 더해서 계획하라는 것, 비본질적인 일들을 제외하기 위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법 등 현실적인 실천 방법들을 제시해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A부터 Z까지 직접 다 체크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계속 과부하에 걸리다 보니 A부터 체크하다보면 G정도 갔을 때 흐트러져 있는 A를 발견하는 게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A부터 Z를 하나씩 보기보다는 인생의 단어, 문장, 문단, 맥락, 행간의 의미까지 거슬러 올라가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 되자. 챙겨야 하는 디테일과 챙기지 않아도 되는 디테일을 구분할 줄 알자. 나도, 주변 사람도 피곤하지 않도록.
이 책의 맨 뒷장에는 ‘노력과 성과는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이 글귀를 보며 우리나라의 모든 대리급 이상들이 이 말을 책상에 붙여놓고 에센셜리즘 책을 한 번씩 읽으며 어떤 것이 진짜 중요한 업무인지 생각해본다면 한국의 기업문화도 꽤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