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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한 편의 무협지를 읽는 것 같은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 스기모토 다카시
작성일: 2023.08.19
전쟁처럼 사업에 임하는 사람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무협지를 읽는 것 같았다. 성공한 기업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손정의도 참 특이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중간한 것을 싫어하고, 큰 그림을 보고, 본질을 파악하고, 온 힘을 다해 뛰어든다. 안될 것 같은 일도 큰 프레임을 짜서 결국 해내고야 만다. 기업 인수 과정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작은 돈으로 저 규모의 인수를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도 결국 해낼 때, 병력이 적은 군대가 큰 군대를 이기고 올라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하는 건 손정의가 전략을 잘 짜서도 있겠지만 말로 딱히 정의할 수 없는 인간적인 매력 같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손정의를 긍정적으로 다룬 책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열정적인 눈빛’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자기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설득을 시작할 때, 다른 사람도 매료시킨다. 그래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 투자도 받고, 마윈 같은 사람을 만나 투자할 기회를 만들면서 중요한 인간관계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창조해 나간다. 그 과정 내내 엄청 끈질기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거절당하고 또 당해도 한 번만 만나면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냈고,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00년을 바라보는 꿈을 꿀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내게 인생의 목표를 물으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고 대답한다. 롤모델에 대해 물으면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고 양면적이므로 롤모델은 없다’고 대답한다. 손정의는 나와 반대의 사람 같다. 19살에 50년 계획을 세웠고, 300년 이상 지속되는 왕국의 야망을 꿈꾸며 계속 도전한다.
“비전이 없는 사람은 말이야, 본인은 열심히 땀 흘리며 산을 오르지만 제자리를 맴돌고만 있는 꼴이지. 그런 자세로는 자신을 둘러싼 원을 벗어나기 힘들어. 하지만 비전이 있으면 재빨리 높은 데까지 올라갈 수 있어. 결국 높은 산 정상까지도 정복할 수 있지.”(p.109) 라는 구절에 뜨끔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큰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의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비전을 세우며 나아가고, 스스로 동기 부여하고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이런 큰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를 꼭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에 깔려서 질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뚜렷한 목표보다는 이런 사람들의 비전과 목표를 바라보며 빛나는 눈을 마주하고 호기심을 느끼며, 하루하루의 성실함을 유지하는 게 삶의 의미인 것 같다. 삶의 의미는 다양하니까.
관점, 본질, 프레임, 전략, 기준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한 단어들이다. 손정의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시장을 보고, 본질을 정의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본질에 맞는 회사가 나타나면 프레임을 짜고 전략적으로 투자한다. ARM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성격이 뚜렷하게 보인다.
기준 또한 명확한 게, 투자처를 선택하는 기준뿐만 아니라 퇴장시키는 기준도 포함되어 있다. ‘패배 가능성이 3할 이상인 리스크는 감당하기 어렵다. 위험수위가 3할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는 즉시 물러난다. 어떤 형태로든 일인자를 노린다. 그러기 위해서 의식부터 개혁하고, 지는 습관을 청산한다.’라고 그의 기준을 명확하게 언급한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문득 쿠팡이 생각났다. 우연인지 의도인지 (손정의가 투자한) 쿠팡의 행보도 손정의가 추구하는 과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자를 내더라도 혁신을 만들어 시장을 장악하고, 그 과정에서 스포츠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팡이 적자를 거듭할 때, 손정의는 위험수위가 3할을 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3할을 넘은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 이 3할이라는 것도 인간이 측정하는 거니까. 자기의 직관에 따라 3할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유지한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변화시키고 싶다는 손정의의 비전에 쿠팡은 만족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과 변화 부분에서는 만족하지만 도덕성 부분에서는 어떨까? 기업에 도덕성을 요구해도 될까? 많은 사람의 삶을 더 좋게 변화시켰다면 어느 정도의 어두운 부분은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안티프래질
손정의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쭉 읽으니, 지난번에 읽었던 안티프래질이 생각났다. 위기를 겪고 해결한 후에 손정의는 더 강해진다. 기업의 규모도 점점 커진다. 이것이야말로 안티프래질 한 것인데, 역경을 극복하고 후에 그것이 안티프래질 하게 만드는 것도 자신의 그릇이자 역량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 멈췄으면 그냥 프래질해진 것인데 그것을 이겨냄으로써 스스로 안티프래질 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소프트뱅크의 넥스트
이 책은 최근의 소프트뱅크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 소프트뱅크의 넥스트는 어떻게 될까. 손정의는 모바일이라는 특이점에서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뤄냈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한 번 휘청인다. 이제 또 AI 시장이 열린다고 세상이 들썩들썩하다. 또다시 특이점이 나타날 때 소프트뱅크는 어떤 사업을 할까 호기심이 생긴다.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것. 손정의는 언제 은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