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선한 영향력

작성일: 2019.10.06

얼마 전에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불현듯 머리를 스치며 깨달았다. 이런 인생의 목표가 있어야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한때 나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했다. 그냥 편하게 살고 싶었다. 그리고 잘 살고 싶었다. 어떤 계기로 야망을 가졌고 한 조직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또 다른 계기로 그 야망은 행복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많이 방황했다. 성공, 출세, 돈 같은 목표가 있다면 그게 세속적인 것일지라도 그걸 향해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나에게는 큰 행복이 안된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인생의 목표를 찾았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계속 흔들리기만 했다. 인생의 바닥이라 생각했는데 더 바닥을 치고, 또 바닥을 쳤다. 어떤 한 사람 때문에 심하게 괴로워하기도 했으며,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한동안 웃음을 잃기도 했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의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기가 힘들었다. 생일날 사진을 찍었는데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는 것 같아서 그때의 사진은 내게 슬픈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을 계속 겪으며, 내 인상도 마음도 조금은 슬퍼져서 목표란 것을 잃은 채로 살았다. 그리고 사람도 많이 잃었다.

많이 잃고 또 잃고 나니 그냥 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책임질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나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목표가 어딨어, 그냥 살면 되는 거라고 읊조렸다. 그냥 눈앞의 것들을 열심히 해치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냥 다 괜찮아질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슈가 크게 터지는 날에는 심하게 무너졌다. 삶에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 나를 잡아줄 기둥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무엇을 잡고 일어나야 할지 몰랐다. 가슴이 쿵쾅거려 간신히 집에 와서 술을 마시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냥 살아야지 하며 또 열심히 일했다.

그런 내게 친구가 말했다.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해. 어영부영 살다 보면 내가 싫어하던 어른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나보다 먼저 힘든 일을 겪었던 친구의 말이었다. 친구는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주변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라 했다. 한 드라마에서 나오는 말처럼 서른 정도 되면 모든 게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지 않았다. 인생의 난이도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높아지는데, 나는 계속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었다.

어영부영 사는 건 늘 쉽다. 그러나 어영부영 살 거면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최악인 어른은 어영부영 살면서 좋은 사람대접을 받고 싶어 척하는 사람이다. 차라리 내가 좋은 선배나 좋은 어른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을 버리면 되는데, 그것도 버리지 못해 나는 늘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바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이런 생각은 금세 잊는다. 날카로워져서 나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원망한다. 그저 기대고 의존하고만 싶어진다. 쉽게 나쁜 어른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최악의 상황일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체력과 몸의 체력을 길러야 한다.

내가 좀 더 생각하고 정신 차리고 신경 써서 행동하지 않으면 좋은 영향을 주기 힘들다. 지금 나는 좋은 영향은커녕 내 몫도 잘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하다. 누구에게 미안하냐면, 나 자신에게 제일 미안하다. 내가 나를 잘 다독여야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를 받아줄 수 있는 것도 한두 번이고 나를 계속 받아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니 나는 나를 잘 다독여서 일어나야 한다. 나 자신을 잘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아두어야 할 시기다.

친구는 ‘내가 뭘 바꿀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거란건 알고 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이 내 생각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내 주변이 바뀌고, 조금씩 꾸준히 오래 서로의 인식에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오늘도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잘 버텼다. 버텨내고 있다.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이렇게 잘 버티고 잘 버텨서 힘든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가 생기면 누군가에 꼭 좋은 영향,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내가 늘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것에 신기해하고 궁금해하고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 이런 목표가 있다면 나도 언젠가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