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 강원국
작성일: 2018.09.28
글을 써볼까 하고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일 년. 이제 진짜 글을 써야겠다 결심하고 조마조마하며 작가신청을 하고 승인받은지 3개월. 브런치에는 아무 글도 올리지 않았다. 어떤 주제로 어떤 글감들을 풀어낼지는 매일 생각한다. 에버노트에 노트북을 만들어 차곡차곡 소재들을 쌓고 있다. 그러나 아무 글도 쓰지 않았다. 도대체 왜 나는 안쓰는가? 아니 못쓰는가?
글을 못 쓰는 이유 첫 번째, 하나의 글로 나라는 사람 전체를 평가받을까봐 겁난다. 사람들은 하나를 보고 전체를 판단할 때가 많다. 일에 대한 글을 올리면 내 능력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웠다. 그렇다고 걱정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 또 일을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불만만 가득한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되었다.
두 번째는 한 편을 쓰더라도 잘 쓰고 싶었다. 사실 완성한 글도 있다. 그 글을 다음 날 보면 부끄러웠다. 새벽에 쓴 연애편지를 밝은 대낮에 꺼내 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여실히 보여서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수정하면 되는데 수정하면서 또 부끄러운 내 글과 마주하는 게 싫었다. 외면하고 싶었다. 용기를 내어 블로그에 가끔 글을 올려보는 시도를 해보았다. 그 글을 누가 봤다는 얘기를 하면 또 부끄러웠다.
세 번째, 쓸 시간이 없었다. 직장인의 흔한 핑계, ‘시간이 없다’는 나에게도 좋은 핑계다. 회사를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일상 속에서 글감을 풀어낼 시간이 없었다. 책도 시간을 쪼개서 읽었다. 어떨 때는 책 한 줄 못 읽고 하루를 보냈다. 순간순간 글쓰기 좋은 소재가 떠오르면 에버노트에 기록해 놓고 집에 가서 쓰려고 했지만, 집에서는 늘 잠이 먼저 였다. 지금 쓰면 딱 맞는다고 생각한 시의성 있는 글감은 그렇게 흘러갔고, 언젠가 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글의 소재들은 에버노트 안에 쌓이고 쌓여 나만의 우주가 될 지경이다.
강원국의 글쓰기를 읽으며 이런 이유가 핑계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핑계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핑계로 나를 합리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내 글을 그렇게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이야기하면 그 내용을 생각해보고 다시 글에 풀어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조금은 뻔뻔해져야 한다. 책에서는 ‘눈치 보지 말라’고 말한다. 어차피 금세 잊을 테니까. 글을 조금씩 써서 잘 이어 붙이고, 계속 글을 마주하며 수정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 대지 말고 자기 전에 누워서라도 아주 짧게 쓰면 된다. 그 짧은 글들을 모아서 수정하면 된다. 굳이 시간을 길게 잡아서 한 번에 글을 다 풀어내야 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가장 뼈저리게 배운 것은 글을 쓰는 자세, 핑계를 벗어나는 자세였다. 특히 글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글을 쓰고 나면 그게 끝이라는 생각은 하수의 생각이다. 나는 하수였다. 글을 쓰는게 끝이 아니라 글쓰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진짜 좋은 글은 계속 고치고 다듬어야 나온다.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사람들이 좋은 글이라고 보내주면 항상 나도 저 정도는 쓸 수 있겠는데 하며 비겁하게 굴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쓰지 않으면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다. 글쓰기 소재도 사업 아이템 같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좋은 사업 아이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생각만 하면 대박날 것 같다. 막상 실행에 옮겨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 별별 일을 다 겪고, 운영해가는 인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도 대부분은 망한다. 글도 그렇다. 그러니 욕심내지 말자. 조금씩 써서 완성해가자.
사실 이 책은 좀 힘들게 읽었다. 글쓰기에 대한 기술을 총망라했고, 그 안에 삶에 대한 이야기와 경험도 녹아있다. 그리고 한 챕터의 주제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어휘에 대한 챕터에서는 어휘를 다양하게 써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실제로 적용하고 연습하는 방법, 더 나아가 풍부한 어휘력이 악용되는 사례까지 쓰여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덮고 생각하고, 또다시 읽다가 한참을 생각하고 반성하며 더디게 읽었고, 왜 나는 쓰지 못하는가 생각하며 힘들게 읽었다. 이 책을 통해 핑계 대지 말고 계속 글을 쓰라고 이야기하는 선생님을 만났다. 힘들게 읽은 만큼 좋은 선생님을 만난 셈이다. 핑계 대지 말아야 한다. 올해 안에 꼭 글을 쓰겠다.